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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이라 더 중요한 ‘한반도 운전자’

- 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위클리공감 |2018.5.20


세기의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하다 여겼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낳은 남북정상회담이 징검다리, 마중물이 되어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판 몰타선언, 제2의 몰타선언이 될 것이다. 1989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양 정상이 세계적 차원의 냉전 해체를 선언한 회담이 몰타회담이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한반도판 냉전 해체를 위한 큰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남북미 최고 지도자는 이 여정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 서산대사의 게송처럼 이 걸음걸음은 뒤에 올 사람의 길잡이가 되기에 눈이 내린 길을 갈 때는 발자국 하나라도 어지럽히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진지하고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걸음이어야 할 것이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반신반의(半信半疑)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남북미 정상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뚜벅뚜벅 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의제는 크게 항구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다. 이 두 의제에 대해 양 정상이 통 크게 합의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시한을 정한다면, 세기의 회담에 걸맞은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CVID)와 동시에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하면 베스트 회담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의 목표 시한을 정한다면 금상첨화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한 축은 한반도 비핵화이고 한 축은 평화체제 구축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데 평화체제 논의도 함께해야 한다. 평화체제 논의 없는 비핵화의 진전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평화체제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체제 안전 보장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이를 위해 종전선언부터 시작하는 평화체제와 관련한 여러 과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수레를 끄는 양 바퀴와 같다. 함께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북미 양 정상의 공감대와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반도식 해법’은 우선 비핵화 문제를 큰 틀에서 합의하고, 그다음에는 이행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단계적으로 이행하고, 보상은 단계적 이행에 맞춰서 행동 대 행동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일부에서 ‘선 비핵화-후 보상’ 방식인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하나 북핵문제에 적용하긴 어려운 방식이다. 리비아는 핵 고도화 수준이 10~20%였지만 북한은 90% 내외 수준으로 비교 자체가 어려우며 그것은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 정상 차원에서 큰 틀의 비핵화 목표와 로드맵을 일괄 타결하되, 이행을 단계적으로,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보상하는 한반도식 해법을 도출하는 북미정상회담이 돼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만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눈앞에 둔 지금, 비핵화 이행에 상응하는 보상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민간 기업의 대북 투자가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 있는 빈국보다는 핵 없는 개발도상국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세운 것 같다.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과 김 위원장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지금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 민간 투자는 다른 국가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안전장치 역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보다 강화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트위터에 알리면서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회담에 올인하고 있다.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빨라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5월 16일로 예정됐던 고위급회담의 연기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비난 발언 등 북미 간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 정도 상황은 예상된 범위 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길에 봄날만 있으리라 예상치 않았다. 가는 길에 눈도 내리고, 비도 오고, 때로는 천둥번개도 칠 것이다. 이 여정에 김정은, 트럼프 두 지도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호랑이 등에 타기는 쉽지만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남북미 정상이 3자 간 신뢰를 쌓아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이 그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