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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평화시대 개막 이정표 세웠다

- 냉전시대에서 평화시대로 역사적 전환 신호탄이자 한반도 질서 패러다임 바꾸는 이정표
- 글 :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정책브리핑 |2018.5.3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전체제를 마감하고 ‘민족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은 냉전시대에서 평화시대로의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반도 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판문점선언에는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과 관련한 13개항의 합의를 담았다. 무엇보다 사문화된 기존 남북합의들을 되살려 복원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에서 밝혔던 ‘민족자주원칙’을 되살리고, 남북기본합의서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하고 남북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했다. 10·4선언에서 합의했던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실현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밖에 기존 모든 합의문에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노력,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 노력,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노력 등 남북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 입을 통해서 확인하고 명문화한 것이었다. 판문점 선언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합의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비핵화 목표만 밝히고 구체적 비핵화 방법과 일정을 약속받지 못했다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큰 틀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한 꾸러미에 들어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등과 관련한 공약 대 공약을 하고, 이어지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일괄타결을 시도해야 한다.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확약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다름없다. 이번에 전제조건 없이 ‘핵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공약함으로써 북미회담에서 포괄적으로 일괄타결하고 단계별로 이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추진은 과거 우리가 해왔던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 경로를 찾아가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운전석에 않아 비핵평화프로세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핵의 가장 직접적 위협대상인 우리 정부가 나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하고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핵평화프로세스의 길잡이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북미핵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남북이 주도해야 비핵화협상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이 좋다.

북핵문제의 지정학적 성격을 고려할 때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비핵평화프로세스를 본격화 한다면 세계사적인 대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해야 북미정상회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전망도 밝다. 두 정상회담이 잘 되면 남북한과 미국 3자 또는 중국을 포함한 4자, 러시아와 일본을 포함하는 6자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다자안보협체제 구축까지 가능할 것이다.

문재인프로세스가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문재인-김정은프로세스로 발전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문재인-김정은-트럼프프로세스(문·김·트프로세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남북미 3국 또는 중국을 포함하는 4개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고 북미수교가 이뤄진다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으로 체제안전보장이 전적으로 이뤄진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안전보장(CVIG)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 유엔 등도 다자안전보장 차원에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판문점선언이 이행된다면 정전협정에 기초한 소모적인 분단체제를 청산하고 평화번영의 새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 군사적 신뢰구축과 단계적 군축 등 안보우려사항을 해소하기로 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낮아지고 대외신인도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번 합의를 이행하게 되면 우리들은 정전체제에서의 피곤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