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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동력으로 ‘평화체제’ 구축

- [‘2018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⑫ 비핵화·체제안전 이행, 시간표 관리 중요
- 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책브리핑 |2018.4.25


2017년 한 해 동안 북한이 유례없이 잇달아 전략도발을 감행했고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군사행동 준비완료’라고 말할 정도로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됐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반전돼 세번째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잇달아 열리게 됐으니, 가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2018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로 나아가는 전환적 사건이다. 앞선 두 차례 정상회담들이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후속조치의 동력을 잃고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임기를 4년이나 남겨둔 만큼 합의이행을 위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시간적 요인 외에 중요한 것은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 동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때는 우리가 주도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고자 했지만, 당시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할 만큼 절박한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1차 정상회담 때는 북미 고위급회담이라도 열었지만, 2차 정상회담 때는 그렇지도 못했다. 이번의 경우는 남북에 이어 북미가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을 가능케 했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나 미국의 군사위협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한 동력은 북한의 국가핵무력 선언에 따른 ‘Power of Balance(균형을 맞추는 힘)’에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협상의 동력은 확보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내기 위해 확실한 체제 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제가 분산되지 않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상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중요하다.

비핵화와 체제안전의 이행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비핵화 핵심조치의 이행을 완료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추가조치를 마무리하도록 시간표를 짜야 할 것이다. 이처럼 조기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을 끌어들이지 말고, 남북미 3자가 모여 사전조율하는 하는 남북미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하게 될 공동선언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야 할 것인가?

첫째는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밝힌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12·14 한중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재확인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둘째는 통일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공동추진기구를 만든다는 약속이다. 6·15선언 2항에서 밝힌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과거 7·4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남북조절위원회를 운영했듯이 평화공존과 통일을 추진할 상설기구의 설치·운영에 합의해야 한다.

셋째, 정상간 전화통화와 회담의 수시개최를 약속하고 실무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남북고위급회담의 조기개최를 약속하도록 한다. 가능하다면, 이번 공동선언에서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넘어 북측의 개성과 남측의 파주 사이를 평화지대로 선포해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만들어낸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끝으로, 북한이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강국 노선으로 전략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산가족상봉·인도적 지원이나 문화·스포츠 교류는 물론 비핵화의 진전에 따른 경제협력의 범위와 규모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 의지가 중단되거나 퇴행하지 않도록 동력을 계속 제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