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함께하는 ‘공동연락사무소’

정책브리핑

2018-09-12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오는 14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한다. 공동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사항이다. 곡절이 있었지만 9·5 특사단 방북을 통해 개소식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비로소 출범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 년간의 남북관계 경색은 개성공단을 폐쇄케했고 남북교류협력의 퇴보로 남북 간 연락기능 또한 중단됐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개성공단내 남북 교류협력협의사무소도 명맥만 유지됐다. 남북교류의 확대로 설치됐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역시 지난 10여 년간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남북관계의 복원 뿐 아니라 전진과 부침이 반복되는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도 합의했다.

첫 번째 제도적 장치가 되는 것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에 상설 설치됨으로써 남북간 24시간, 365일 상시 협의채널이 가동되게 됐다. 초대 소장도 남북관계 업무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차관이 겸직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안이 바로 논의될 수 있는 체제도 마련됐다. 비록 그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남북이 함께하는 연락사무소가 출범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당초 우리의 목표는 독일의 사례처럼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서 정식적인 외교관계는 수립될 수 없다. 상주 대표부는 국가관계 이전에 이러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다. 실제로 독일 통일과정에서 상주 대표부는 동서독 교류에 따른 제반문제들을 해결했고 동서독 협의 창구의 역할을 했다.

특히 동베를린에 위치한 서독의 상주대표부는 정치범 석방이나 대동독 지원에서 주요한 협상 통로의 역할 또한 했다. 우리의 연락사무소도 이와 같은 형태로 출범했으면 좋았으나 너무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현재 남북관계는 기지개를 펴고 있고 북한 핵문제 해결은 그 출발점에 서 있다. 향후 남북관계가 발전되고 공동 연락사무소가 자리를 잡고 제 기능을 하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상주대표부로까지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공히 연락사무소의 기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단순한 연락의 역할뿐 아니라 중대하고 시급한 현안이나 의제에 대한 각기 고위급의 뜻을 담은 메신저 기능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남북관계에 따른 제반 협의의 통로가 돼야 한다. 판문점 선언 이후 우리 사회 내부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과거보다 높아졌다. 민간단체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역시 북한과의 협력 사업을 추진코자하는 의지가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교류들이 제각각 이뤄짐으로써 중복과 비판도 많았다. 그리고 이면합의나 퍼주기와 같은 투명성의 문제도 발생했다. 대북교류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유기적인 업무협조로 인해 남북교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효율과 중복을 사전에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기능은 ‘공동’이라는 부분에 있다. 남북 교류담당자들이 한 사무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남북관계 현안들을 조율한다. 이러한 점은 남북이 함께 일하는 가운데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 공백은 남북간의 오해와 불신을 야기시켰다. 그간 북한 내부에서도 대화보다는 대결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지난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도 대화파의 입지가 견고해 지고 있다.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채널의 만남과 교류가 직간접적으로 이뤄지게 될 경우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실제로 동베를린의 서독 상주대표부는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동독인들과의 접촉면을 넓혔던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18일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앞으로 개성공단이 재가동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제 기능을 찾아나간다면 남북간 적대적인 감정을 털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